2025-12-26
쥘레 게시(Gilles Ghersi)
프랑스 남부 발랑스(Valence). 빛이 부드럽게 번지는 도시에서 한 남자는 오랫동안 ‘손’으로 생계를 만들었다. 정교한 감각으로 금속을 다듬고, 작은 돌에 빛을 붙여 넣던 보석 디자이너이자 세공사. 쥘레 게시(Gilles Ghersi, 1959~2021)의 첫 번째 인생은 그렇게 ‘정밀함’의 세계에서 시작됐다.
그러나 어느 날, 그 손이 멈추기 시작했다. 손의 감각이 마비되는 병이 찾아오면서 그는 평생 쥐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. 장인의 기술이 멈춘 자리에 남은 것은 공백과 통증, 그리고 “이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”라는 질문이었다. 그 질문의 끝에서 그가 붙잡은 것은 뜻밖에도 캔버스와 물감이었다.